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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안보정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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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언과 미국의
전략적 오류

지난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었다. 여기에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물론 핵개발 잠재력도 포기한다는 내용이 직간접으로 포함되었다. 미국 당국자는 전술핵무기의 한국 내 재배치 계획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냉전 기 미국은 나토 회원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는 대신에 전술핵을 중부유럽에 전진배치하고, 핵 공유를 실시했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3대 요소는 핵과 미사일방어시스템 그리고 재래식 전력이다. 이 중에서 ‘공포의 균형’으로 적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핵심요소는 핵무기다. 미사일방어시스템으로 적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다. 그러나 적이 미사일방어망을 뚫으면 억제는 실패하게 된다. 재래식 전력은 파괴력 측면에서 핵무기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2023년 워싱턴 선언.png
2022년 안보정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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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우산과 서독
그리고 한국

미국의 본토 방어와 동맹국 보호는 서로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긴장이 흐른다. 후자를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고 한다. 1950년대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은 핵무기로 적국(소련)을 대량보복(Massive Retaliation)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도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1960년부터 미국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은 1961년부터 소련과의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유럽에서 전쟁 초기에 재래식 전력으로 대응하고자 했다.

 

이에 나토(NATO) 회원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특히 서독은 재래식 방어가 실패한 후 점진적으로 핵사용 수위를 높여간다는 미국의 전쟁 단계별 핵사용 옵션(Flexible Response; 유연대응 전략)에 비판적이었다. 전쟁을 오래 끌수록 서독이 최전선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었다. 서독은 유럽에 국한된 제한핵전쟁(Limited Nuclear War)의 가능성도 우려했다. 미국의 유연대응 전략은 서독의 반발로 1967년에야 나토의 전략으로 채택되었다.

냉전기 서독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_Atomwaffen A-Z.png
2022년 안보정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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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가 필요한 이유

미국은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생존과 정권 유지를 위해서 감히 핵 도발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국지도발 정도만 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에게 전쟁이 실패국가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체제 생존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미국이 간과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30년 동안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경험했다. 그러고도 아직 북한을 잘 모른다. 정상국가의 전쟁도발 의지와 전쟁수행 능력은 경제력이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은 주민이 굶어 죽어도 대(代)를 이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추구해 온 비정상국가다. 김정은의 전쟁도발 의지를 외부 기준으로 평가하면 곤란하다. 전쟁수행 능력도 마찬가지다.

2022년 미국의 국방전략보고서_크기 축소.png
2022년 안보정세 결산

2022년에 대두됐던 안보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진행 중이다. 둘째, 8월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군이 대만 봉쇄 군사훈련으로 미중 간 긴장을 고조시켰다. 시진핑 주석은 10월 16일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셋째, 김정은은 9월 8일 핵무기 사용 선제공격 방침을 법제화했다. 9월 말과 10월 초에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면서 남한의 공군 비행장과 항구 및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전술핵부대운용훈련을 지휘했다. 11월 2일에는 남한의 속초 앞바다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쏘기도 했다.

 

이 세 현상의 공통점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 모두 국제질서의 현상변경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현상변경 계획은 아직 현실로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동시에 실행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 두 개의 핵보유국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오래 집권할지 모르지만, 후임자도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두 개의 핵보유국을 상대로 고전하게 되면, 러시아 역시 유럽에서 다시 서방세계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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